MOUMI : 사천 진공관 X 강성민 트리오

사천 위스키 바 ‘진공관’에서 펼쳐진 격이 다른 재즈 콘서트

사천 진공관 - 경남 사천시 사천읍 읍내1길 46 2층


혹시 오디오에 관심있는 사람이 있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

아마 오디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 ‘진공관’. 이는 유리나 금속 따위의 용기에 몇 개의 전극을 봉입하고 내부를 높은 진공 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듯 전문적인 복잡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갑자기 왜 ‘진공관’을 이야기 하는가.

작년 4월, 우리가 방문한 위스키 바의 이름이 ‘진공관’이었다. 말 그대로 음악이 살아 숨쉬는 듯한 공간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매료했던 그날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2023년 4월 21일, ‘진공관 재즈 콘서트’가 열리는 날.


진공관 재즈 콘서트

2023. 04. 21 (Fri) 19:00 PLACE - 사천 진공관 MUSICIAN - 강성민 트리오

조용하던 사천 읍내가 저녁이 되자 시끌벅적하다. 데이트하는 연인들. 퇴근하고 회식하는 직장인들. 밥 먹고 카페가는 젊은 청년들.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이들을 뚫고 한 곳을 향해갔다. 바로 사천 읍내에 자리 잡은 위스키&칵테일 Bar ‘진공관’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술을 즐기러 가지만, 공간을 방문해본 사람은 알다시피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이들도 많다. 상상해보아라. 진공관에서 펼쳐지는 재즈 콘서트를. 얼마나 황홀한가.


PLACE - 사천 진공관

사천에 이런 무드의 위스키&칵테일 Bar가 있다니. 카페 위주로 방문했던 필자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2층에 위치한 진공관의 외관은 평범할 수 있으나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새롭다. 문 앞에 꾸며져있는 다채로운 인테리어와 각양각색의 위스키 병들. 이 마저도 무드를 주는 건 이 공간이 지닌 강점이지 않을까.

출입문을 열고 진공관 내부로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진다. 첫 느낌은 아늑함이다. 이색적인 무드를 주는 레트로 감성의 난로와 벽면을 가득 채운 빔 프로젝트와 손님들의 편지들 그리고 기타와 다양한 소품들. 뿐만 아니라 음악이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오디오들이 눈에 띈다. 더욱 인상적인 건 바로 천장이다.

소음을 막기 위해 천장에 검은색 매트를 깔아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게다가 카운터 오른쪽 한켠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다. 팔색조 매력을 품고 있는 이곳. 진공관에서 재즈 콘서트를 펼친다.


MUSICIAN - 강성민 트리오

그랜드 피아노 옆에 하나 둘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이 놓이자 설레임이 증폭된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공연 시간이 되었고 뮤지션이 무대로 나선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뚫고.

‘진공관 재즈 콘서트’를 함께 한 강성민 트리오는 베이스(강성민), 피아노(최은정), 드럼(고명석) 3인으로 구성된 재즈 팀으로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우미언(MOUMI 팬을 칭하는 단어)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뮤지션일 거다. 지난 편에도 소개했듯 이들은 흥이 나는 스윙 재즈 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멜로디의 스탠다드 재즈도 소화하는 팀이다.

피아노의 청아하면서도 우아한 선율로 공연은 시작되었고, 이에 반응하듯 이어서 베이스와 드럼이 하나되어 리듬을 맞춰간다. 관객들은 점점 이들의 연주에 빠져들기 시작하며 공연에 집중하는 듯 했다.

특히나 섬세한 강약조절로 제법 느슨한 긴장감을 주었고, 연주가 끝나면 이에 대답하듯 뜨거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둑한 조명 아래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은 매우 반짝인다. 박수 소리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한 곡 한 곡 연주가 끝날 때 마다 베이스(강성민)의 재치 넘치는 멘트는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강성민 트리오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가장 큰 매력은 연주는 물론이고 베이스(강성민)의 입담이지 않을까. 특히 끈끈하게 오래가는 이들의 결속력도 한 몫 할 것이다.


부딪히는 칵테일 잔 소리도 음악이 되었던 …

팀을 결성한 지 8년. 단 한 명의 멤버 교체도 없이 지내온 시간 동안, 이들은 호읍을 맞추며 개개인의 역량을 더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 온 이들의 음악적 색채는 ‘진공관 재즈 콘서트’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음알못 필자가 느낀 진공관을 가득 채웠던 웅장해지는 음악을 몇 곡 공개한다.

PLAYLIST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 울려 퍼지는 관객들의 웃음 소리. 풍미가 느껴지는 다양한 종류의 주류. 그리고 고소하면서 달콤한 플레이트 향기. 강성민 트리오의 음악과 더해져 분위기에 한껏 취하는 기분이다. 이날의 인기 메뉴는 ‘진공관 드래프트’로 진공관의 대표 메뉴이다. 퇴근 후 들이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라니. 게다가 시나몬 링이 둘러쌓여 있다는 사실.

진공관은 칵테일과 위스키 그리고 맥주, 와인까지 다양한 주종을 다루지만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각자의 매력을 잘 표현한다. 이 덕분일까.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여 술과 음식을 자유롭게 즐기고 만끽한다.

필자는 술알못이지만 진공관에 방문하면 항상 먹는 피자가 있다. 바로 ‘콜비잭 베이컨 피자’이다. 단짠단짠의 조화가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바삭한 페스츄리 식감의 피자 도우가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진공관에 방문한다면, 주류 뿐만 아니라 음식도 놓치지 않고 꼭 즐겼으면 한다.


음악이 살아 숨쉬는 공간. 사천 진공관에서 펼쳐졌던 ‘진공관 재즈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처음에는 낯 가리던 관객들도 알코올이 들어가자 경계심을 푼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공연이 만족스러웠던 게 아닐까.

지난 2023년 4월에 진행되었던 공연을 회상하며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COVID-19의 끝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때. 이 글을 읽으며 우리가 함께 추억하고 있는 순간을 다시 한 번 꺼내어 그때를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한 지금. 그리고 코로나가 없는 지금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때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진공관 재즈 콘서트’의 이야기는 이번 4월에 다시 이어진다. 목요일 밤, 퇴근 후 즐기는 은밀한 재즈 공연이 궁금하다면. 지난 진공관에서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진공관 X 모우미 두 번째 공연을 추천한다. 벌써 구매한 사람이 많으니 서둘러서 예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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