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 "보통의 마음을 쓰고 부릅니다."

보통의 마음을 담는 싱어송라이터 수연(SUYEON)


쌀쌀한 바람에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정리의 계절인 듯싶다. 올 해라는 출발선을 넘어 땀 흘리며 분주하게 살아온 지난 봄과 여름을 되돌아보고, 아름답게 피운 꽃과 같은 추억들은 좋은 기억들이 모인 곳으로, 조금 후회되고 힘들었던 기억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가만히 묻어둘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정리.
좋은 햇살에 자연이 익어가듯 우리도 정리를 통해 성숙해지는 이 계절에 뮤지션 수연을 만났다. 비워내지 못하는 마음이 담긴 나만의 일기 같은 음악을 쓰고 부르는 수연은 담담하고도 따뜻한 그녀만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가을 햇살 같은 뮤지션 수연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수연(SUYEON) 인터뷰

반갑습니다. 먼저 수연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보통의 마음을 쓰고 노래하는 뮤지션 수연이라고 합니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통의 마음을 쓰고 부르는 뮤지션 수연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에요. 수연님이 부르시는 보통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누구나 나의 기쁨, 나의 슬픔을 더 크게 느끼잖아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다른 사연이지만, 사실 멀리서 봤을 땐 모두가 살면서 한 번씩 느껴보는 감정일 거예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것 자체가 때론 큰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대로 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듣는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는, 각자에게만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이야기인 결국 그런 보통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수연님의 노래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정서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생각하고 작곡을 하시는 거였군요. 문득 수연님이 뮤지션이 된 계기가 궁금해지는데요.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자주 다녔어요. 그때 나와 같은 관객들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데 과연 저 무대에 서있는 뮤지션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어요. 노래하는 걸 정말 좋아했지만 그땐 내가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근데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내 목소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아, 나도 할 수 있나?'하고 다시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방향도 모르겠고 내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도 몰라 많이 방황하다가 결국 '내 곡을 써야겠다!'로 결론을 내렸어요. 내 곡을 쓰고 부르다 보니 이제서야 음악을 시작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수연의 음악 이야기

수연님은 작곡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주변의 풍경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바람이 불어 나무의 잎들이 흔들릴 때,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볼 때, 반짝거리는 윤슬을 볼 때, 혹은 방 안의 어질러진 물건들을 볼 때.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이 의식되는 순간 여러 가지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주로 혼자 멍 때리면서 가사를 쓰는데, 그러려면 방해받지 않아야 하니까 새벽시간에 주로 글을 쓰죠. 근데 그렇다고 늘 새벽에만 쓸 순 없으니 활동 시간에는 혼자 많이 돌아다니려고 해요. 돌아다니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말을 거는 것 같아요. 계속 질문을 던지면 나도 모르는 답이 나올 때가 있고 그런 것들이 다 영감이 되는 듯해요.

그렇다면 곡을 쓸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저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좋은 가사를 쓰고 싶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을 가사에 담긴 하지만 그 안에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제가 유치원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아이들이 기운이 없거나 졸려 하면 노래를 틀어주곤 했었어요. 그러면 애들이 신청곡을 요청해요. 그 노래를 틀어주면 아이들이 따라 부르는데 가사가 너무 자극적인 거예요. 별생각 없이 듣던 인기곡이었는데, 아이들의 입에서 그 가사들이 흘러나오니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아이들은 알고 부르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는 한 아이가 "선생님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틀어주세요."라고 하길래 “누구누구야, 브로콜리 너 마저를 알아?”라고 했더니 엄마가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 어린아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며 제가 곡을 쓰기도 전이었는데도 만약 내가 곡을 쓴다면 '나는 서정적인 가사를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이 언제 어느 때 접하더라도 자극적이지 않은 의미를 모르고 불러도 괜찮은 노랫말을요.

수연님의 음악에는 수연님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수연님은 본인의 곡 중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까요.

‘안녕, 안녕’이라는 곡이요. 첫 자작곡이라 애착이 간다고 많이 이야길 했었는데, 조금 다른 이유를 설명하자면... 저는 보통 곡을 쓸 때 어떤 사람, 경험들을 통으로 쓰는 경우가 없어요. 다양한 상황 속 감정의 교집합을 조각조각 모아서 곡을 쓰곤 하는데, ‘안녕, 안녕’ 곡은 유일하게 롱테이크로 써진 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쓴 곡이다 보니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그 당시 꼭 전하고 싶었던 말과 감정을 꾹꾹 담았던 순도 높은 곡이에요. 처음이어서 서툴렀고 그래서 가능했던 거라 생각합니다. 이 곡을 들으면 그때의 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서 더 애틋하기도 한 것 같아요.

현재 새로운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발매 예정인 곡들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저는 ‘오래된 밤’이라는 싱글을 발매 예정이에요. 이 곡은 그냥 저의 일기예요. 정말 부정적인 생각에 잠길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안될 것 같고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순간에는 정말 한숨도 묵직하잖아요. 이 어둠이 끝날 것 같지 않은 두려움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었던 밤, 체념하듯 쓴 곡이에요. 누구나 지치는 순간이 있겠죠? 그런 날 밤, 옅은 불 하나를 켜두고 들으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트라이앵글 아트워크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환상’이라는 곡도 발매될 텐데, 함께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홀로 음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장르의 한계가 있잖아요. 혹시 콜라보 해보고 싶은 음악 장르가 있을까요.

네. 제가 밴드 사운드를 너무 좋아해요. 어쿠스틱 기타와 제 목소리만으로 흘러가다 보니 보니 가끔 너무 허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지금 제 곡들은 대부분 감정을 누르고 담담하게 부르는 곡들인데 때론 조금 더 표출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워낙 담아두는 성격이 못돼서 가끔은 사운드에 묻어 좀 더 감정을 내보내고 싶기도 해요. 안 어울리려나? (웃음)

지금까지 음악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아직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바닷가에서 버스킹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날따라 사람들이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없어서 준비했던 멘트도 다 자르고 서둘러 노래를 끝냈어요. 그때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알고 보니 뒤에서 보고 계셨더라고요. 버스킹을 마치고 돌아갔는데 sns에 어떤 분께서 너무 멋진 사진과 함께 멋진 멘트를 달아 포스팅해 주신 것도 봤어요. 정말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음악 하면서 상황이나 환경에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 댓글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정말 얼굴도 모르는 분들인데 영상만 보시고 저를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업로드 주기가 긴 편인데도 새 영상을 올리면 바로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도 있고, 느려도 괜찮다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꽤나 게으르고 꾸준하지 못한 스타일인데 그런 댓글들 보면서 계속해 나갈 힘을 얻어요.

이어폰서트

모우미 이어폰서트의 첫 솔로 뮤지션이세요. 이어폰서트와 함께하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주변 뮤지션 분들이 이어폰서트 하시는 걸 보기만 하다가 제가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조금 신기하고 떨리기도 해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실 많이 떨리네요.

수연님의 출연으로 지금 계절처럼 이어폰서트도 한층 깊어져 가는 것 같아요. 수연님의 이어폰서트 영상을 시청할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수연만의 리스닝 포인트가 있을까요.

기존에 출연하셨던 분들에 비해 상당히 잔잔하고 조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만큼 조금 더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 사람은 저런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고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모우미 이어폰서트에서 들려주시는 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의 제목과 가사 한 줄을 꼽자면 어떤 것일까요.

'홀로'라는 곡에 ‘그저 소중히 쥐었을 뿐인데 왜 눈처럼 너 녹아버렸나’라는 부분이 있어요. 영화를 보다가 어둠 속에서 급히 메모해 놨던 장면이었는데, 어린아이가 내리는 눈을 처음 본 거예요. 눈 결정이 손바닥에 내려앉자 아주 소중히 쥐어요. 그러곤 곧 손을 펼쳐보는데 눈은 녹아서 물이 되어있죠. 그 장면을 보면서 내가 소중히 쥐어왔던 것들이 생각났어요. 그저 소중해서 놓치지 않으려 쥐었을 뿐인데 결코 쥐어지지 않았던 것들이요. 나는 소중해서 행했던 마음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이 가사를 쓰면서 그런 것들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바뀐 것 같아서 좀 애착이 가는 부분이에요.

다음 질문은 모우미 이어폰서트의 공식 질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우미는 공간과 뮤지션을 매칭하는 공연기획을 하는데, 혹시 공연해 보고 싶으신 공간이 있을까요.

작은 공간에서의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어두웠으면 좋겠고요. 정말 한밤중에 방 안에서 제 일기장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관객들은 커피나 술을 한 잔씩 마시기도 하고...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런 작고 편안한 공간에서 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오늘 모우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어폰서트 촬영에 대한 소감도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너무 커서 제가 혼자 채우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무실 자체가 밝고 정적인 느낌이 크잖아요. 그런데 제 곡들에 어울리도록 은은한 조명 세팅도 해주시고 공간 자체가 따스한 분위기로 연출되어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수연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요.

지속적으로 음원도 내고 공연도 하면서 잔잔하게 활동을 해 나가고 싶어요. 함께하고 있는 트라이앵글 아트워크 뮤지션 분들과도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예정이고요. 함께 컴필레이션 앨범도 작업 중인데 너무 기대가 됩니다. 지금은 그저 게으름 부리지 않고 열심히만 하면 잘 될 것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끝으로 이 콘텐츠를 시청해 주실 많은 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우선 찾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은 무대도, 촬영도 많이 어색하고 낯선 뮤지션이라 제 곡들이 알맞은 온도로 잘 다가갔을지 모르겠어요. 언젠가 이 콘텐츠로 저의 시작을 추억할 수 있도록 활동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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