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PLACE : 대구 치맥 페스티벌 가기 전 꼭 들려야할 핫플3 ‘딥커피로스터스 향촌’
WEEKLY PLACE : 딥커피로스터스 향촌(Deep Coffee Roasters Hayngchon)
대구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중구는 곳곳에 색다른 멋을 품고 있다. 넓은 도로와 높은 빌딩에서 느껴지는 도심의 멋과 거리에서 느껴지는 젊은 청년들의 멋. 그뿐만 아니라 근현대의 대구 멋을 발견할 수 있는 근대역사관도 중구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 근대역사관 바로 뒤편에 보면 공원이 하나 있는데 너무 멋스러워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경상감영공원. 조선시대 선조 때 경상감영(경상도를 관할하던 감영으로 현대의 도청과 같은 곳)이 있던 자리로 대구시가 중앙공원으로 개장했다고 한다. 햇살에 반짝이는 연못과 분수가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바로 옆 통일의 종이 있는 정자가 유난히도 멋스럽게 느껴졌다. 여름날의 푸른 녹음은 얼마나 생기가 넘치던지 덩달아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얀색, 분홍색, 보라색 꽃들은 사람들의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 카메라를 열게 하기 충분할 만큼 아름다웠다.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경상감영공원의 기와지붕과 우거진 녹음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1~2년 전쯤 대구 봉산동에 오픈한 딥커피로스터는 단번에 대구 핫플이 되었었다. 당시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할 때 즈음이기도 했고, 명확한 콘셉트와 에스프레소 잔 인증샷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 맛이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던 것이다.
그리고 생긴 곳이 바로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이다. 경상감영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실제 카페 건물은 한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옥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부는 카운터&바(Bar)와 중앙의 긴 테이블 그리고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테이블 등 큰 가구들 중심으로 미니멀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작은 요소들이 공간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특히, 경상감영공원 방향으로 난 유리창이 딥커피로스터스 ‘향촌’다운 운치를 더해 주었는데, 공원 안을 거닐 때와 또 다른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카페가 2층에 자리해서 그런지 우거진 나뭇가지와 맞닿은 시선이 경상감영공원의 정취를 더욱 극대화해 주는 듯했다.
딥커피로스터스는 에스프레소 바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아라노’라는 에스프레소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데 정.말.맛.있.다.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을 만큼 맛있다. ‘아라노’는 에스프레소에 크림과 우유 그리고 카카오파우더로 마무리한 커피로 에스프레소 초기 입문자들에게 단연 추천하고 싶은 메뉴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몇 곳의 에스프레소 바를 방문해보았고 그곳에도 크림이 들어간 비슷한 메뉴가 있었지만 모두 신맛과 쓴맛이 강했다. 에스프레소가 원래 그런 커피라고 생각할 수 있고, 필자도 당연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러니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의 ‘아라노’를 마셨을 때의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아라노’에서 에스프레소의 세계에 입문했다면 다음으로 ‘바치오’를 추천한다. ‘바치노’는 ‘아라노’에서 우유만 빠진 커피인데 아라노보다 더 딥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다. 필자도 바치오까지 맛보았고 아직 기본 에스프레소는 도전 중에 있다. 딥커피로스터스는 직접 로스팅을 하는데 원래 커피 자체가 맛있어서 기본 에스프레소도 분명 커피의 오묘한 맛과 그 끝의 진한 단맛이 느껴질 것 같다.
딥커피로스터스의 핸드메이드 디저트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봉산동에는 없고, 오직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에만 있는 롤케이크는 살구 퓨레와 생크림이 곁들여진 ‘클래시코’와 에스프레소, 마스카포네, 발로나파우더로 만들어진 ‘티라미수’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티라미수를 맛보았는데 그토록 푹신하고 쫀득한 롤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너무 과장같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퍽퍽하고 푸석한 식감과 짙은 밀가루향이 올라와 평소 롤케이크를 즐기지 않던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롤케이크였다.
해금으로 깊어지는 공간의 무드와 에스프레소의 맛…
큰 유리창 너머로 경상감영공원의 정취가 가득 담겨있기 때문일까.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은 그 특유의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제아무리 시끄러운 음악이 들린다 하여도 공간이 주는 깊음은 방해받지 않을 것만 같달까. 그래서인지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에 앉아 선율 너머로 서사가 느껴지는 깊이 있는 악기인 해금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금의 경우 전통적인 국악에 사용되는 악기이지만 재즈나 뉴에이지 등 퓨전국악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소리이다. 처연한 울림이 매력적인 해금의 연주를 에스프레소 한 모금에 얹는다면 그 커피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커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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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 아래에서 맛보는 재즈 에스프레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균형을 깨는 것에서 흥미와 심미적인 요소를 발견하곤 한다. 하나의 트렌드가 된 믹스 매치는 패션, 인테리어, 음악 등에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와 기와지붕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이라는 공간 또한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곳에 재즈라는 공연을 통해 한 번 더 반전의 경험을 선사해 본다면 어떨까. 에스프레소 바와 기와지붕의 조화에 덧입혀진 미국의 국보 장르 재즈. 재즈를 연주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리듬이 가득 찬 딥커피로스터스 향촌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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