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PLACE : 대구 치맥 페스티벌 가기 전 꼭 들려야할 핫플2 대구 종로 비건 카페 ‘드리퍼베이커’
WEEKLY PLACE : 대구 드리퍼베이커(Dripper Baker)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건(Vegan)은 종교적 신념이나 환경 또는 동물 보호 등을 목적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또 하나의 문화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비건. 완전한 비건이 아니더라도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건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삼시 세끼 중 한 끼를 비건으로 대체하거나 모든 식사에서 해산물과 생선까지는 먹되 땅에서 나는 고기는 먹지 않는 등 비건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만약 식사에서 비건을 추구하기 힘들다면 이따금씩 즐기는 음료나 디저트에서 비건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실제로 도시를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비건 카페&디저트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건이 아닌 사람들이라면 뭔가 모를 심리적 거리감과 공간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여금 방문을 망설이게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비건 카페&디저트들이 정말 완전한 비건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거니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써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오히려 비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공간을 통해 비건을 경험하고 고민해 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공간의 활용이지 않을까.
오늘 소개할 대구의 두 번째 핫플은 대구근대역사관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비건(Vegan) 카페&디저트 드리퍼베이커(Dripper Baker)이다. 드리퍼베이커는 지난 3월에 오픈한 곳으로 서두에 말한 것처럼 누구나 공간을 방문하여 비건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환영한다는 말이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지만 활짝 열려있는 창문이 누구나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실내는 따뜻한 조명과 원목가구들이 드리퍼베이커만의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특히 부드러운 곡선의 나뭇결이 공간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드리퍼베이커의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은 드리퍼베이커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들어보았을 것이다. 드리퍼베이커의 드리퍼(Dripper)가 직접 내려주는 필터 커피는 커피 원두 본연의 맛을 깔끔하게 살려준다. 커피를 마셨을 때 탁하다거나 씁쓸하다거나 텁텁하다거나 라는 생각이 일절 들지 않았고 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이렇게 맑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특히 아이스는 투명함을 배로 느낄 수 있었는데 곧 찾아오는 무더위에 매일 생각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커피 맛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함께 주문한 바나나 타르트를 맛보았다. 둘러싸인 청포도를 보고 당당하게 청포도 타르트를 달라했는데 속에 바나나가 가득 들어 있는 바나나 타르트라고 말씀해 주셨다. 국산 쌀가루로 반죽한 바삭한 타르트지와 촉촉하고 달달한 바나나 그리고 두유로 만든 크림의 맛이 잘 어우러졌는데 비건 디저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비건 음식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그 맛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리퍼베이커의 디저트를 한 입 맛보는 순간 재료 본연의 맛에서도 충분히 먹는 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맛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담한 이야기꽃을 통기타와 피워볼게요.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공간이 풍기는 분위기에 젖어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나의 마음이 붕 뜨기도 하고 차분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드리퍼베이커는 부담 없이 담백한 무드를 자아내, 공간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차분해지도록 만드는 곳이다.
한 명에서 세 명 사이가 적당한 테이블에 앉아 속이 편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소담한 이야기꽃을 피우기 좋은 곳. 여기에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줄 선율 있는 목소리가 더해지면 어떨까. 자극적인 소리들을 하나 둘 거두어내고 통기타 하나에 담담히 읊조리는 어쿠스틱한 음악을 공간에 입혀보고 싶다.
PLAYLIST
아늑함에 빠져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알앤비&힙합
보이지 않지만 공간에 가득한 드리퍼베이커만의 온기와 따뜻한 색감 때문일까. 밖의 날이 밝건, 흐리건, 어둡건 드피러베이커에 깃든 정서는 변화 없이 한결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는 그 분위기를 아늑함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 아늑함은 우리를 감성에 빠뜨리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일명 새벽 감성이라고도 하는 센티메탈(Sentimental)한 곡들이 있다. 악기 소리나 선율 또는 가사로 그 감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듣는 이의 깊은 공감을 불러내는 알앤비소울&힙합. 해가 진 저녁 퇴근길에 소수의 사람들끼리 모여 음악으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건강한 비건 디저트로 가볍게 저녁을 해결하는 것도 드리퍼베이커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PLAYLIST
느림의 미학 또는 비움의 미학이라는 말을 종종 쓰곤 한다.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에 대한 학문이라는 뜻의 단어 미학은 우리가 쫓는 삶과 반대되는, 어쩌면 우리가 가장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딜레마 같은 본질을 고민하게 만든다. 비거니즘 또한 동물을 향한 마음, 그곳에 깃든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드리퍼베이커는 성행하는 카페업에서 비건이라는 좁을 길을 택했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미학을 발견하고 실천한다는 측면에서 매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리퍼베이커에서의 커피 한 모금과 디저트 한 입이 그 가치에 공감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