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PLACE : 초여름 내음 물씬 풍기는 창원 가로수길에서 만난 브런치&카페 오프트
WEEKLY PLACE : 창원 오프트
산과 하늘과 바다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계절. 여름이 왔다. 적당한 늘어짐이 오히려 즐길 거리가 되는 계절이지만, 마냥 누워만 있기에는 낮이 너무 길지 않은가. 6월 첫 주 ‘WEEKLY PLACE’는 도심 속에서 여름의 햇살과 영글은 초록 그리고 부드러운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경상남도 창원의 가로수길 플레이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창원 가로수길은 어울림 동산에서 용지호수까지 63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길을 만들고 있는 곳으로 하늘 또한 곧게 뻗은 가지의 초록 녹음이 뒤덮고 있어 짧다면 짧은 이 거리를 숲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미로같이 사방으로 펼쳐진 가로수길 옆으로는 군데군데 앉아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녹색 갈증을 해소하기 더없이 좋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가로수길 거리의 주인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가게들과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붉은 벽돌 주택을 개조해 만든 유럽풍의 카페, 레트로한 감성의 바버샵, 모던한 외관의 식당들은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초록 거리에서 개성 있는 꽃과 같이 자리하고 있다.
창원 가로수길 플레이스로 소개할 첫 공간 ‘오프트(OFT)’는 인더스트리얼한 외관으로 주택가가 즐비한 가로수길 동네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곳이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지하 1층의 브런치 클럽(Brunch Club)과 지상 1층의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식사와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브런치 클럽의 메뉴를 에스프레소 바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확실히 지하 1층이 식사하기에 편안한 가구와 분위기로 연출되어 있었다.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초록, 노랑 등의 색감으로 한결 부드러운 무드를 느낄 수 있었던 오프트 브런치 클럽. 온도와 조명 또한 적당히 포근해서 기분 좋은 식사를 하기 제격인 곳이었다. 들어오는 입구에 야외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날씨와 함께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방문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지상의 에스프레소 바는 오프트의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누리고 싶어 오프트를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프레소 바는 화이트 그레이 톤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매력적인 곳이지만, 정면의 테라스에서 들어오는 볕이 깨끗함과 더불어 따스함까지 풍성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곳에서 단연 인기 있는 자리는 야외 테라스다. 시원한 바람과 푸릇한 메타세쿼이아를 누릴 수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는 시간이 아닌 오직 여유만이 흐르는 것 같다.
오프트(OFT)의 브런치 클럽과 에스프레소 바는 다양한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어 방문하는 사람들 개개인이 취향대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여름이 오면 더욱 생각나는 그 맛, 여름 야생화인 바질로 만든 ‘관자 바질 파스타’를 맛볼 수 있어 제대로 취향을 저격당했다. 바질 페스토를 사용하면 사계절 내내 요리할 수 있는 메뉴이긴 하나 생각보다 바질 파스타를 판매하는 식당이 잘 없다.
올리브오일과 마늘을 함께 볶아 더욱 풍성해진 바질의 풍미와 쫀득한 식감의 관자가 입안을 가득 채울 때 절로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특히 살짝 볶아진 토마토를 씹을 때는 몸속 깊이 박힌 미세먼지까지 다 씻겨버릴 것만 같은 오가닉한 향미를 느낄 수 있다. 크리미한 ‘스테이크 크림 리조또’ 또한 루꼴라의 쌉싸름함과 짙은 향의 스테이크가 잘 어우러져 오프트에서 단연 추천하고 싶은 메뉴 중 하나이다.
식사 후 즐긴 ‘오프트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에 버터크림과 카카오 파우더로 마무리한 오프트(OFT)의 시그니처 메뉴인 듯했다. 에스프레소의 묵직한 다크함과 혀끝에 감도는 약간의 신맛이 단맛 없이 산미 있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이었다.
피아노와 함께 즐기는 정오의 브런치 콘서트
미니멀을 추구하지만 충만함이 느껴지는 공간. 오프트. 무채색에 최소한의 가구로 채워진 공간이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오프트에서의 시간은 피아노 선율을 떠오르게 한다. 보이지 않는 소리가 마음을 채우고, 가사가 없어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연주가 오프트와 닮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밝고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피아노의 연주를 들으면서 오프트에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LAYLIST
밤의 무드는 재즈 알앤비에게 맡기자
해가 지고 밤을 맞이한 오프트에는 어둠과 어우러진 조명이 낮과는 다른 무드를 만들어낸다. 묵직하면서도 트렌디한 재즈 알앤비가 이를 표현하기에 제격인 음악일 듯싶다. 에스프레소 바에 앉아 노래하는 뮤지션과 시원한 에이드로 여름밤의 더위를 축이는 사람들. 그날 저녁 창원 가로수길 MVP는 단연 오프트가 될 것이다.
PLAYLIST
오프트의 유명세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필히 오프트의 맛과 멋 그리고 분위기를 다시 누리고 싶은 욕구가 일 것이다. 그리고 오프트는 지금까지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 오픈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그 맛에 감탄하며 남긴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니멀은 지루해지기 쉽고, 큰 규모의 매장은 분주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프트는 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그림자와 볕의 색감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 가로수길을 방문한 사람들의 여유가 매장의 분주함을 잠재웠다. 이만큼 창원 가로수길과 어울리는 공간을 또 찾을 수 있을까.